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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억 원 상당 낙과피해 입은 최응수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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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09.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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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농사지으며 그런 강풍 처음 ... 하나님 돕는 손길 믿어”
최응수 집사와 아내 조영희 집사가 비바람에 떨어진 낙과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높고 맑은 하늘은 이제 계절이 완연한 가을의 길목에 접어들었음을 알린다. 하지만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여태 일손을 대지 못해 바닥에 그대로 누워 있는 벼가 한 가득이다. 시간이 벌써 열흘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의 위력을 생생히 보여주는 듯하다.  

충남 예산군 고덕면 지곡리에 사는 최응수 집사(고덕교회)는 지난 7일 불어 닥친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1억 원(소방서 추산)의 피해를 입었다. 수확을 눈앞에 둔 배가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우수수 떨어졌다.

최 집사는 6000평 규모의 농장에서 1100주가량의 배나무를 재배한다. 올해 8만5000개의 열매에 봉지를 씌웠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낙과됐다. 어림짐작으로 1200상자가 넘는다. 과일은 주로 크기도 크고, 잘 영근 성과가 떨어지는 탓에 피해가 유독 컸다.

“40년 동안 농사를 지으며 그런 강풍은 처음이었어요. 2010년 ‘곤파스’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그때도 저장고가 파손되고, 지붕이 날아가긴 했어도, 과일 피해는 별로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엔 마치 눈 오는 것처럼 새하얗게 떨어지는데, 나중에 보니까 밭에 발 디딜 틈이 없더라고요. 그 즈음을 어떻게 보냈나, 지금 생각해도 아득하고 정신이 없네요”

그날의 기억이 눈앞에 떠오르는지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최 집사가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눈가의 주름이 더 깊게 패이는 듯했다. 올해는 작황이 유난히 좋아 더 속이 상한다. 요근래 몇 년 사이 최고 많이 열매가 열렸을 만큼 풍년이었다. 그래서 기대도 컸다. 아무리 힘든 일을 해도 평생 몸져누워 본 적이 없다던 그도 이번 일을 겪으며 며칠을 끙끙 앓았다.

수확을 불과 2-3일 앞둔 때였다. 안식일이 지나면 따려고 인부까지 단단히 약속해 놓고 있었다. 게다가 추석 대목이었다. 워낙 상품성이 좋고 당도가 높기로 소문난 최 집사네 농장이지만, 맛을 좀 더 들여서 판매하려던 참이었다. 일부 약삭빠른 사람들은 촉진제를 써 명절 전에 서둘러 거둬들였지만, 주로 단골손님과 직거래를 하는 그는 무던히도 약을 쓰지 않았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객과의 믿음을 지키고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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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운 배와 사과가 한나절 만에 속절없이 떨어졌다. 낙과는 모두 한데 모아 과수원 끝자락 둔덕에 쌓아버렸다. 가파른 경사를 다 메꿀 정도다. 이곳에만 500상자 이상을 묻었다.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워 아내 조영희 집사는 날씨가 갠 이후로도 그 주변엔 발길도 디디지 않았다.

조금 성한 것들은 혹시 몰라 상자에 담아뒀다. 봉지를 씌운 그대로 창고 한쪽에 켜켜이 쌓아놓았다. 20Kg들이 500상자나 된다. 하나에 30~35개가 담겼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있어서 주워 놓은 건 아니다. 당분간은 그냥 가지고 있어봐야 할 거 같아서다.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죠. 그렇다고 가만히 놔둘 수만은 없고. 그나마 가공업자들이 음료용으로 사 갈까 해서 거둬놓긴 했는데, 판로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가져간다는 보장도 없고. 당도가 적어 걱정이지만, 그래도 좀 괜찮은 것들을 골라 놨어요. 추석 전에 일을 끝내놓으려고 비 맞으면서 작업했는데, 인건비나 나올는지...”  

시간이 지나며 주변 정리는 거의 다 끝났다. 미리 주문을 받아놨던 건 지난 연휴 때 내려온 자녀들과 함께 서둘러 처리했다. 부지런히 일한 덕에 이젠 복구를 위해 현장에서 해야 할 작업은 딱히 없다. 대견하게 태풍을 견딘 열매들을 잘 키워 판매하고, 보험사와 피해보상 절차를 협의하는 일을 해야 한다.  

남은 것들이 맛있게 영글도록 잘 가꾸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익는 순서에 따라 출하 시기는 바뀌겠지만, 10월 안에는 다 마칠 거 같다. 다행히 사과는 배에 비해 큰 피해를 비켜갔다. 10월 중순부터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듯한데, 날씨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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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엔 보험회사에서 다녀갔다. 보상액을 얼마나 책정할지 걱정이다. 사과는 한 그루 당 30%이상이 떨어져야 보상받을 수 있다는데, 그나마 최 집사의 농장은 그만큼에 해당되지 않아 이마저도 포기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아내는 다시 포장박스를 조립하고, 남편은 뒤늦게 밀려드는 주문전화를 받는다.

“농사라는 게 올해 안 되면, 내년에 또 잘 지으면 되는 거죠. 그래도 이렇게 여러 성도들이 자기 일처럼 걱정해 주고, 기도해 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합회와 도르가회에서 위로금을 주어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교회에서 제일 먼저 와 주시고, 발 빠르게 도움을 주셨어요”

부부는 지금 당장은 막막해 보여도, 우리가 모르는 하나님의 돕는 손길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지금까지 농사를 지으면서 그런 일을 숱하게 겪었다며 이번에도 하나님을 의지하겠다고 했다. 방금 전까지 내쉬었던 얕은 한숨이 하나님 이야기를 하며 미소로 바뀌었다. 절망이 어느새 희망으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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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및 문의: 고덕명품배연구회 생산자 최응수(☎ 010-7243-8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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